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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백스테이지 #1 만나고 싶지 않은 사건은?|사회부 오규민 기자

기자들은 여러 현장 취재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제 현장에서 겪는 경험들과 느끼는 감정들은 기사로는 모두 담지 못할 정도인데요. 기사 뒤에서 묵묵히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셨다면 아시아경제 블로그의 [취재백스테이지]를 찾아주세요!

오늘 첫 취재백스테이지 주인공은 아시아경제 사회부 사건팀 소속 오규민 기자입니다. 서울 경찰청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소속과 이름을 말해주세요

저는 사회부 사건팀에 소속돼 있고 기수로는 22기인 오규민 기자입니다.

지금 어디를 출입하고 있나요?

저희가 사건팀에서 네 군데 라인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마포 라인을 맡고 있습니다. 마포 라인에는 마포경찰서, 서대문경찰서, 은평경찰서, 서울서부경찰서 이렇게 있고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마포청사에 있어서 그곳까지 합친 마포 라인을 맡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요?

업무라고 하면 당연히 경찰분들과 관련된 사건, 사고를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를 넘어서 사회 전반의 사건 혹은 사건이 될 만한 문제점이 있는 그런 사회 현상들에 대해서도 많은 취재를 하고 있고요. 저희 라인 내에서는 대학교들도 여러 곳 있습니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꾸준히 대학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취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라고 하면 모두 취재할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취재 아이템이나 주제 선정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경찰분들을 취재하는 게 기본 업무니까 라인 내에서도 어떤 사건 사고가 나면 그 문제에 대해서 주로 집중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포 경찰서에서 관할하고 있는 지역 내에서 살인 사건이 났다면 어떤 경위에서 살해를 했고 누가 어떤 사람을 죽였는지 등 구성하는 부분들의 원칙을 알아보고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경우라면 조금 더 그 부분에 집중을 해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채무 관계에 의해서 살해가 일어났다고 하면 그 채무 관계가 어떤 채무 관계였고, 채무 관계 속에서 채권자가 채무자를 어떻게 했는지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을 마련하려고 노력합니다. 그중 하나를 특징으로 생각하고 많은 독자들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취재 방식이 궁금합니다. 기자실 등 정보를 공유해서 사건을 아는 편인지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는 식으로 취재를 하나요?

저는 전자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라인에서도 친한 타 매체 기자들과 잊고 있던 사건에 대해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던졌을 때 그거를 다시 취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면 친한 경찰들에게 문의를 하는 과정에서 취재하는 단계가 있거든요. 보통 경찰분들이 되게 말을 아끼시는 편이라 취재가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여러 가지 고려해야 될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함부로 얘기를 잘 안 해주시거든요.

그럼에도 저희는 그 부분을 뚫고 취재를 해야 되니까 말 한마디 한마디를 되게 고민을 해서 물어보는 편이에요. 그렇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경찰들도 사람이다 보니까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렇게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여쭤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취재를 하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보안이 많은 이 경찰 안에서 아이템 소스를 발굴하는 게 쉽지 않아요. 초반에는 경찰들을 어떻게 대해야 되는지도 고민이었고,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해야 될지도 고민이었는데 저도 조금씩 배우다 보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직업은 다르더라도 똑같은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관내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여쭤볼 수도 있고, 친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서로 신뢰가 쌓이면 한두 마디라도 더 잘 해주는 경우도 있거든요. 정보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팀 근무하면서 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제가 배치를 받고 한 달도 안 됐을 때 관내에서 꽤나 큰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죠. 그날 퇴근 후 마침 기자를 지망하는 학교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였거든요. 해줄 얘기는 많이 없었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는 자리였어요. 술 한 잔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사건이 터졌어요.

그때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전화를 해서 알아보는데 경찰관이 사건에 대해 확인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담당하고 계신 분이 전화가 안 됐던 거예요. 한 시간 동안 계속 통화를 시도했었어요. 그때는 빨리 기사가 나가야 하는데 당황스러웠죠. 그 와중에 다른 경험 많은 선배들이 다 도와주셨어요. 통화가 너무 안 되니까 당시 경찰서장한테까지 전화하기도 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담당 과장께서도 처음 마포 경찰서로 오신 거더라고요.

후배들은 선배라는 사람이 와서 이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진짜 취재를 하고 앉아 있으니까 술도 못 먹고 진짜 집중을 못 했을 거예요. 알아서 술 먹으라고 하고 저는 기사 쓰고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단독 기사도 기억에 남아요. 온전히 혼자 취재하고 단독을 냈던 기사요. 그전에도 단독을 썼었는데 선배들과 같이 쓰거나 도움을 많이 받고 썼었거든요. 부구청장이 비서를 성추행한 사건이었죠. 경찰에서 검찰 단계로 넘어가는지가 관심사였는데 분명히 나올 타이밍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송치 여부가 결정 나기 한 3주 전부터 피해자 변호인 연락처를 알아내서 계속 연락을 취했죠.

사건 자체가 그전에 나왔던 피해자분의 어떤 인터뷰라든지 이런 걸 봤을 때는 분명히 검찰 단계에 기소 의견으로 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나오냐고 물어보니까 곧 나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3주 동안 계속 이어져서 끈질기게 전화를 했어요. 그날도 마감 직전이었는데 변호사한테 됐다고 전화가 왔어요. 경찰에 연락을 해서 확인하고 전화를 주신 거더라고요. 저도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기사를 썼어요.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타 매체 기사도 뜨더라고요.

단독 기사는 시간 싸움 부분도 있거든요. 제가 먼저 취재를 해서 기사가 나간 부분에 대해 되게 뿌듯함을 느꼈었죠. 기사를 내보냈다고 다 끝난 건 아닙니다. 기사라는 것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요. 이 부구청장이었던 사람의 입장도 담아야 될 필요성이 있어서 당시에는 일단 기사를 내고 그 사람의 주장을 따로 담은 종합 기사를 만들어서 내보냈거든요. 그다음 날 아침에 확인을 해보니까 피해자의 어머니가 연락을 주셨어요. 피해자 변호인에게도 연락이 와 있었죠. 사실이 아닌 부분을 기사화했다고 감정적으로 얘기를 하셨어요. 그 사람의 주장도 기사에 담아야 한다고 기사를 그렇게 쓰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드렸어요. 이해를 하셨고 할 말이 있다고 하셔서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쉬는 날이었는데 취재를 위해 갔었죠.

다른 인터뷰에서 안 해주셨던 부분도 있어서 그걸 담아서 기사를 냈어요.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한 일주일인가 지났을 거예요. 갑자기 또 변호사한테 전화가 오더니 되게 급하게 전출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부구청장의 서울시 전출 관련 기사와 그에 대한 서울시의 의견까지 기사화했어요.

한 가지 스토리로 4개의 기사를 썼는데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도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될지 사실 이런 부분도 정말 어려웠거든요. 뒤돌아보니 공부가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취재가 종료된 이후에도 유심히 보는 편인가요?

제 선에서는 넘어가는 사건은 보통 관할이 달라져요. 법조팀 관할로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그때도 피해자분께는 말씀을 드렸었어요. 제가 더 이상 챙기지 못하지만 계속 체크는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또 새로운 사건, 사고 취재를 하게 되면 그게 아쉽더라고요. 제가 좀 바쁘다는 핑계로 확인을 못 하다가 한 달 전인가 피해자분과 변호인한테 연락을 했었어요.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또 이렇게 생각난 김에 한번 해보려고요. 결과가 저도 궁금하니까 확인은 계속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꼭 말하고 싶은 사건의 뒷이야기가 있나요?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 조사와 관련된 뒷이야기가 있는데요. 9월 16일에 출석하는 게 사실상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었어요. 당일 16일 아침까지도 라디오에 나와서는 통보받은 적 없고 소환 조사는 응하겠지만 당시 국민의힘과 엮여 있는 가처분이 끝나고 나서 혹은 그것과 겹치지 않게 가겠다는 워딩을 보내기도 했어요.

제 생각으로는 16일은 아닐 거고 가처분은 28일 예정이었으니까 그 사이가 되겠다고 봤죠. 근데 그다음 날 토요일 저녁 9시 20분인가요. 속보가 딱 뜨더니 저희 다른 라인에 선배가 전화가 바로 오더라고요. 이준석 전 대표 소환 조사가 지금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주셨죠.

이렇게 된 이상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캡께 말씀드리고 택시를 탔어요. 가는 도중에 나왔더라고요. 주차장 입구가 차단돼 있었는데 자동차 한 대가 바로 쏙 나갔다고 전달받았어요. 경찰에 확인해 보니 그 차가 맞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궁금한 게 있었는데 그런 기회가 안 주어지니까 좀 아쉽긴 하더라고요. 그때 출발할 때도 사실 그런 각오를 갖고 물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가는 길에 차량 번호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찾아보기도 했어요. 굉장히 화가 난 상태로 주말을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저희는 언제 뭐가 터질지 모르니까 늘 준비를 하고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근무하면서 가장 안 만나고 싶은 사건이 있어요?

저희가 다른 종합지에 비해서 경제지고 경제지에서도 경제부서가 아니라 경찰팀에 비해서 인원수가 적고 라인을 좀 많이 받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조금 주목도가 좀 높을 만한 사건을 많이 취재해서 보도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도 신당역에서 일어난 사건과 같은 살인 사건을 마주할 때는 마음적으로 취재 과정이 힘들어요.

하나의 예로 어린이 스포츠학원을 운영하는 어떤 사장이 술에 취해 막대기로 직원을 살인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제가 라인에 오기 전에 이미 기소까지 다 돼서 첫 재판이 시작되는 시기였어요.

그 재판을 계속 들어갔는데, 결심 공판 때 증인이 2명 나왔어요. 피해자 동생분이 증언을 하시고 다음에는 피의자의 부인께서도 나와서 이야기를 하셨어요. 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현장에서 기사를 쓰고 있던 제 감정이 좀 올라왔어요. 또 피고인 가족도 사실 상황이 만만치는 않더라고요.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그런 딱지가 붙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어쨌든 부인분도 피고인을 믿고 결혼을 해서 살아왔는데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는 거 자체로도 너무 유족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셨어요.

근데 그 기억이 강하게 남았는지 그 재판이 끝나고 되게 힘들더라고요. 결국에는 그 주변에 남아 있는 제3자들이 겪고 있는 이런 상황들만 너무 힘들더라고요. 누구를 동정하고 연민하고 이런 걸 떠나, 누가 옳고 그른 걸 떠나서 그 남은 사람들이 짊어져야 되는 책임이나 감정적인 무게 같은 게 저한테도 전달이 되더라고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도 비슷해요. 피해자 스토킹 사건을 변호하신 변호사분이랑 사건 다음날 통화를 했거든요. 그분께 들어보니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피해자분과 연락을 했다고 해요. 재판 결과 잘 나올 거라고 연락을 주고받고 다음날 재판에 출석을 하셨대요. 근데 선고가 연기됐다고 전달받아서 이유를 들어보니 그때 그 신당역 피해자가 자기가 변호했던 분이란 걸 알게 된 거죠. 이미 그 변호사의 목소리에서 감정적으로 힘든 게 너무 많이 전달이 되더라고요. 유족들한테 피해가 안 가도록 기사나 취재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이런저런 것들 여쭤보면서 마음 잘 추스르시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근데 또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알아야 되는 부분도 있는데 또 사건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피해를 입으니까 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좀 고민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기자를 하면서 이 딜레마는 계속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