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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고시,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한 높은 장벽, ‘언론고시.’ 고시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그 벽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어려운 과정이 담긴 언론고시의 길을 먼저 걸어온 2년 차, 10년 차 기자 선배들을 만나봤습니다. 팽팽한 경쟁률을 뚫고 세상의 올바른 소식을 전하는 현직 기자들의 언론고시 준비 시절은 어땠을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아시아경제 21기 박준이입니다. 2020년 말에 입사해, 벌써 입사한 지 2년이네요. 지금은 정치부에서 국회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B. 저는 준이 기자의 5배네요. 올해로 10년 차 CBS 소속 박정환 기자입니다. 2012년 11월 주간지 일요신문의 인턴기자로 처음 시작했어요. 2013년 1월에 수습기자로 정식 채용이 됐고요. 이후로 사회부, 온라인부, 정치부까지 거쳤어요. 2016년에는 통신사 뉴스1으로 이직을 했는데, 거기에서도 역시 사회부에서 경찰 출입을 했고, 세종으로 내려가서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도 담당했어요. 2019년 1월에는 방송사 CBS로 이직하고 정치부로 가서 국회 출입을 했고요, 현재는 경찰청에 출입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 혹은 계기, 언론고시를 준비하셨던 기간이 궁금해요.

A. 중·고등학교 때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 시위 현장에 종종 가보곤 했는데, 현장 최일선에 서 있는 기자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사건 사고나 역사적인 현장에 가장 가까이에 다가가 마주한 것들을, 저의 시선으로 세상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이걸 계기로 학보사와 언론사 인턴을 하면서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고 취재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하면서 기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시험 준비는 약 2년 정도 했어요.

B. 저는 사실 별다른 꿈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역사를 좋아해 고고학자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밖에 없었어요. 대학교도 점수를 맞춰 공과대학을 갔고요. 이후 군대에 입대했는데 거기서 『토토의 눈물』이라는 책을 읽고 기자가 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일본의 한 방송인이 내전 상황 등에 놓여 있는 국가를 직접 찾아 고통을 겪는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방송을 통해 알리는 내용이 담겼어요. 처음으로 전파를 통한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언론고시 준비 기간은 졸업하고 나서 10개월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으신가요?

A. 아무래도 멘탈 관리가 가장 힘들었죠. 필기시험의 장벽이 높다 보니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진 합격선이 까마득하기만 했거든요. 강의 선생님이나 스터디원들의 채찍질을 받거나 시험에서 떨어질 때마다 자신감을 잃고 주저앉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럴 때 떠올렸던 건 ‘어차피 한 번만 합격하면 끝이다!’라는 선배들의 말이었어요. 합격 전까지는 전부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수험 기간을 단축하는 길일 것 같네요.

B. 너무 공감되는 말이네요. 저는 집안 형편이 좀 좋지 않아서 무조건 자력으로 돈 벌고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시원 총무로 들어갔어요. 방도 공짜로 주고 한 달 월급도 40만 원 정도 줬죠. 그런데 사실 책 사고 밥 먹고 스터디 비용만 쓰는데도 돈이 늘 쪼들렸어요. 다행히 고시원은 밥과 김치가 공짜라 매일 밥에 간장이랑 마가린을 비벼서 김치랑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끔 지겨우면 라면도 먹고요. 늘 배고팠던 게 힘들었어요. 그때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가끔 고기 사주러 와줬는데 그때가 지금도 기억이 남아요. 너무 고마워서. (웃음)

나는 언론고시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봤다!’ 하는 게 있을까요?

A. 시험 준비 막판에는 시험 1~2주 전쯤 서류 전형에 합격한 친구들과 함께 ‘1일 1글’을 했어요.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매일 한편 이상의 논술을 쓰고 서로 첨삭해서 ‘완성 글’을 만드는 것이었죠. 매일 하나의 완성된 글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 시험 직전에만 썼던 필살기였는데, 이렇게 몇 번 시험을 치르고 나니 필기시험에선 잘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B. 무엇보다 제 스스로의 언론관, 철학 등이 필요했어요. 아침에 신문을 읽으면 좋은 글은 필사를 하거나 반드시 오려서 스크랩했어요. 좋은 문장이나 단어는 달달 외웠고요. 책을 보고 서평을 블로그에 쓰거나, 책이 너무 지겨워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그 역시 블로그에 감상평을 적었어요. 심지어 웹툰을 볼 때도. 언론고시라고 하긴 하는데, 실제 문제와 답을 달달 외우는 고시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사유나 철학을 얼마나 잘 쌓느냐가 관건이 된다고 생각해요.

언시생 시절의 하루 일과는 어떠셨나요?

A. 아침 7시쯤 일어나 씻고 학교 고시반에 가면 바로 주요 매체 신문을 정독, 정리하고 그 주에 주어진 주제로 논술 한편을 쓰기 시작했어요.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엔 스터디에 가거나 책을 읽고요. 저녁을 먹고서는 주로 논술 퇴고를 여러 번 한 뒤늦은 시간 귀가했던 것 같네요. 주말에는 주로 휴식을 취하고요. 물론 하루 종일 글을 쓰고 공부를 한 건 절대 아니에요. (웃음) 중간에 고시반 친구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면서 나름의 일탈(?)도 많이 했어요. 책이나 신문을 읽고 언시생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논지도 생각나고 그랬던 것 같아요.

B. 정말 타이트하게 했던 하루 일과를 공유드리면 먼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가볍게 조깅부터 했어요. 그 담에 보수, 진보 성향의 일간지를 하나씩 읽고 중요한 글은 필사나 스크랩하고요. 오전 9시쯤 고시원 총무 일과가 시작되는데 그때부터 책을 읽고 한국어능력시험을 공부했어요. 오후 6시쯤 퇴근하면 동네 도서관을 가서 또 책을 읽었어요. 책이 지겨우면 가끔 산책도 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책을 읽고 지겨우면 영화를 봤어요. 콘텐츠를 다 본 뒤에는 늘 감상평을 남겼어요. 자기 전에는 한자를 50개씩 외웠어요. 한자 자격증 하나라도 늘리고 싶어서요. 어느 정도 이 루틴이 반복되고 나만의 것이 쌓였다 싶은 순간에 같은 언론고시 준비생들과 함께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시사상식을 공유하고 논술, 작문 등을 같이 써보면서 실전 경험을 늘려 갔어요.

언시생이 지녀야 할 덕목, 필수라고 생각하시는게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A. 끈기와 집요함이라고 생각해요. ‘언론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평균 수험 기간이 긴 편인데 돌아보니 결국 다들 기자가 됐더라고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문제일 뿐, 다들 끈기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집요하게 준비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이 합격에도, 훗날 기사를 쓰는 일에도 연관돼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기자를 포함해 글을 쓰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매일매일 앉아 꾸준히 글을 쓰고 다듬다 보면 ‘글 쓰는 근육’이 자신도 모르게 생긴다는 건데요. 결국 근면함을 기르는 것만이 합격에 다가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B. 물론 엄연한 입사 시험이고 시험공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론고시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어떻게 볼 것인지, 논리적인 시각과 사회적인 이슈 흐름 등을 늘 꿰뚫고 있어야 하고요. 그와 동시에 차가운 이성도 좋지만 따뜻한 감성도 갖고 있어야 해요. 결국 자신만의 사유와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두 가지는 나중에 언론고시에 임할 때 논술과 작문 면에서 도움이 될 거예요. 또 하나는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항상 생각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막상 기자가 되면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와 굉장히 다를 거예요. 실전은 훨씬 혹독하고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먼저 자신만의 언론관으로 중무장을 하고 기자로서 현장을 뛸 때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